2021년 게임업계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같았다. '연봉인상 릴레이'로 시작해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커다란 암초를 만났으며, 새로운 도약을 위해 '메타버스'라는 미지의 세계에 뛰어들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일제히 호실적을 기록한 게임사들은 연초부터 수백만~수천만원대의 연봉 인상 릴레이를 펼쳤다.
하지만 국내 대형 게임사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중심으로 불거진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게임산업 전반으로 퍼져나갔고, 이용자들은 트럭시위·불매운동 등의 방법을 총동원해 게임사들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연봉인상 릴레이에 따른 인건비 부담, 그리고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따른 신작 부진이 맞물리면서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사이 신흥 강자라 불리는 '2K'(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가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카카오게임즈의 '오딘'은 4년간 앱마켓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를 밀어내고 최정상 자리를 탈환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신성장 동력이 필요했던 대형 게임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메타버스' 열풍에 올라탔다. 특히 메타버스의 특징인 가상과 현실의 '경제 연결'에 집중하면서 돈 버는 게임이라 불리는 'P2E' 게임을 내놨다. 국내 게임사들의 P2E 사업이 본격화되자 침체돼있던 게임주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 '코로나 특수' 누린 게임업계…연봉인상 릴레이 '진풍경'
2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 2020년, 국내 게임산업 매출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18조8855억원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를 피해 외부 활동을 꺼리는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게임 이용자도 함께 늘어난 영향이다.
게임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은 대형 게임사들의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넥슨은 지난 2020년 연매출이 전년 대비 18% 증가한 3조1306억원을 기록하면서 게임업계 최초로 연매출 '3조원' 시대를 열었다. 엔씨소프트는 전년 대비 42% 증가한 2조4162억원, 넷마블도 14% 늘어난 2조4848억원을 기록하면서 '3N' 모두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코로나 특수'를 누리며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한 게임업계는 '연봉 인상' 카드를 꺼내들고 임직원에게 화끈한 보상을 선사했다. 넥슨이 전직원 연봉 일괄 800만원 인상을 선언하자, 넷마블도 재직자 연봉 800만원을 인상했다. 이어 컴투스(800만원), 펄어비스(800만원), 조이시티(1000만원), 엔씨소프트(1300만원), 크래프톤(2000만원) 등이 연봉 인상에 동참하면서 게임업계 전반에 걸쳐 '연봉 인상 릴레이'가 벌어졌다.
◇ 차갑게 식어버린 게임 잔치…'확률형 아이템'에 발목 잡혔다
그러나 이들의 '잔치'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국내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조작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정해진 확률에 따라 상품이 나오는 뽑기형 아이템이다. 일부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차단 또는 조작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에 분노한 이용자들은 '트럭시위' '불매운동' 등의 방법으로 강하게 항의했다.
확률형 아이템의 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자 결국 정치권까지 나섰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확률 조작 의혹을 받는 국내 대형 게임사 '3N'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식 조사를 요청하고 '확률조작 국민감시법'을 발의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임법 전부 개정안'을 내놓았다.
다만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촉발한 넥슨을 시작으로 엔씨소프트, 넷마블이 모든 아이템 확률을 선제적으로 공개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된 상태다. 동시에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아이템 정보 공개를 강화하는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을 내놓고 투명한 게임사 운영을 약속했다.
◇ 3N 보다 2K…게임사 '세대교체' 가시화
연봉인상 릴레이에 따른 인건비 부담, 그리고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따른 신작 부진이 맞물리면서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실적이 주춤하는 사이 신흥 강자라 불리는 '2K'(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가 빠르게 성장했다.
실제 올해 3분기는 게임사들의 '세대교체'가 눈에 보이는 기간이었다. 국내 대표 게임사 '3N' 중 넥슨을 제외하고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신흥강자 '2K'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올해 3분기 매출액 4661억, 영업이익은 427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9%, 101% 급증한 기록이다. 크래프톤 역시 2021년 3분기 매출액 5219억원, 영업이익은 195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2%, 16% 증가한 수치다.
특히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6월 출시한 '오딘: 발할라 라이징'은 4년간 앱마켓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를 밀어내고 최정상 자리를 탈환하는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 '확률'에 갇혔던 게임업계…'메타' 세계에 뛰어들다
'확률형 아이템'에서 벗어나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던 국내 게임사들의 눈에 들어온 건 바로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는 가상(Meta)과 현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과 현실을 경제 시스템으로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쉽게 말해, 가상의 재화가 현실의 돈과 이어진다는 말이다.
IT업계에선 PC-모바일 시대에 이어 앞으로 '메타시대'가 펼쳐지리라 전망한다. 이에 게임사들은 너 나할 것 없이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로 선정했다. 게임은 메타버스의 필수 요소인 '가상 공간'을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의 메타버스 진출에서 생겨난 새로운 트렌드가 바로 'P2E'다. P2E는 Play to Earn의 약자로 해석하면 '돈버는 게임'이라는 의미다. 가상과 현실의 경제 시스템이 연결되면서,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세상이 온다는 이야기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필리핀에선 P2E 게임 엑시인피니티가 '생계수단'으로 자리매김했고, 한국 게임사 위메이드가 출시한 '미르4 글로벌' 또한 동남아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P2E 게임 성공사례가 등장하자 국내 게임사들은 너도나도 관련 사업에 착수했다. 대형 게임사 엔씨소프트,넷마블을 비롯해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네오위즈 등 P2E 게임에 뛰어들지 않은 게임사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게임사들의 신사업 소식에 다소 침체돼있던 게임사 주가도 요동쳤다.
오는 2022년 게임사가 메타시대의 주인공이 될지, 조연에 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가지 확실한 건, 한국의 게임업계가 커다란 변화의 앞에 섰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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