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의 취식이 풀리는 시기에 딱 맞게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개봉 첫 날 아이맥스에서 보는 호사를 누렸고, 실로 오랜만에 극장이 붐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일종의 마블 세계관 메이지편같은 이번 영화는 기존 어벤져스 시리즈에 비해 그냥 영화만 봐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면이 많아 세계관과 용어를 몇 개 정리해 보고자 한다.
<멀티버스(Multiverse)와 인컬젼(Incursion)>
마블 유니버스 세계관은 애초에 멀티버스에 기반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수많은 마블 작품들이 Earth-616을 배경으로 하고 이 어스-616이 처음 언급된 작품은 마블 UK가 1983년에 발간한 데어데블이었다. 이 멀티버스는 소서러 슈프림(Sorcerer Supreme)에 의해 지켜진다. X맨, 판타스틱포 등의 작품에서도 이 멀티버스 세계관이 채용되면서 멀티버스를 빼고서는 마블 세계관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수많은 작품에 멀티버스가 등장하면서 수많은 용어와 일종의 평행우주들이 전개되었고 이번 영화에서도 수많은 우주(세계, 차원)를 이동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번 영화에서 다루는 세계관은 지난 스파이더맨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다른 차원에서 각기 다른 스파이더맨이 활동하고 있는 세계관과 유사하며, 시간여행 개념이 아니라 동시간대의 다른 세계와 연결되는 개념이다.
이 멀티버스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 차원이동 능력자들은 멀티버스간을 여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결성으로 인해 거대한 재난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를 인컬젼이라고 한다. 마블의 다중우주 세계관에서 어떤 세계가 파괴되면 이는 인접한 다른 세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이를 막지 못하면 다중우주 전체의 우주들이 충돌하게 될 수도 있다. 이 인컬젼은 외부 세력의 침입이나 강력한 마법사에 의한 시간축의 변동 등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세계와 다른 세계가 중첩되어 지구와 지구가 충돌하는 등의 사건이 일어나므로 중첩이라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직역하면 급습, 습격이라는 뜻이고 행성의 충돌 뿐만 아니라 물질 자체의 소멸도 일어나는 등 다양하므로 그냥 인컬젼이라고 부르는게 낫지 않을까 싶다. 인컬젼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최소 지구, 그 다음으로는 각각의 세계, 최대 멀티버스 전체의 붕괴도 가져올 수 있는 마블 유니버스 최대의 위협이다.
<소서러 슈프림(Sorcerer Supreme) 또는 소서리스 슈프림(Sorceress Supreme)>
한 세계(차원)에 1명 또는 2명만 존재하는 최강의 마법사를 뜻한다. 마법력이 제일 크거나, 마법 스킬이 가장 뛰어난 사람 또는 생명체가 이 위치를 차지하며 기술이 뛰어난 자와 마력이 뛰어난 자가 각각 존재해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우 2명에게 이 칭호를 부여하기도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처음 등장한 1963년에는 마법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마법사 개념이었으나 멀티버스 세계관이 도입되면서 멀티버스의 균형을 수호하는 자로 확장되며, 한 차원에 각각 1~2명의 소서러 슈프림이 존재하며 각자 자신이 속한 세계를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멀티버스 여러 세계의 소서러 슈프림은 대개 닥터 스트레인지이나, 이번 영화에서 현재 지구의 소서러 슈프림은 웡이 담당하고 있다.
<다크홀드(Darkhold), 저주받은 자의 서(Book of the Damned)>
죄의 서, 저주받은 자의 서라고도 불리는 다크홀드(어둠의 서)는 고대의 강력한 악마의 주문을 기록해 놓았다는 책이다. 이 책은 다크 디멘션의 암흑 물질로 만들어졌다고 하며, 엄청난 마법 지식과 주문이 담겨 있으나 그 책을 본 자를 타락시켜 어둠의 지배를 받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다크홀드를 통해 다른 세계에 간섭하고 다른 세계의 자신을 조종해 전투를 벌일 수 있는 등 멀티버스의 균형을 파괴하는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이 다크홀드는 원래 악마의 신전에 새겨져 있던 내용을 책에 옮겨 적은 것으로 각 차원마다 하나의 다크홀드가 존재했으나 완다가 스스로 신전과 함께 자신을 파멸시켜 멀티버스 내 모든 다크홀드가 소멸된다. 그러나 정말로 완전히 소멸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다크홀드의 지식을 습득한 자가 개안한다는 제3의 눈을 닥터 스트레인지가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드림워킹(Dreamwalking)>
드림워킹은 원래 닥터 스트레인지가 갖고 있던 기술로 다른 사람의 꿈 속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다크홀드의 소유자가 다른 차원의 자신에 빙의해 조종하는 기술 역시 드림워킹이라 부른다. 영화에서 꿈은 다른 차원과의 접점이라는 대사가 등장하는데 꿈 속을 걷듯 다른 세계의 나를 조종하는 면에서 기술의 원리가 같은 것 같다.
<아메리카 차베스(America Chavez)>
어벤져스 게임에서 물리근접공격 캐릭 정도로 등장했던 어메리카 차베스는 성조기에 새겨진 별 모양의 차원문을 만들어 멀티버스들을 이동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자이다. 초인적인 힘과 내구성, 그리고 비행능력을 갖고 있으며 지구가 아닌 유토피아 출생으로 자신의 차원이동능력으로 현재의 지구에 온 히로인이다.
<클리어(Doctor Clea Strange, Clea)>
포스트 크레딧에서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인물은 클리어로, 닥터 스트레인지의 전 부인이자 그의 계승자이자 다크 디멘젼의 소서리스 슈프림이기도 하다. 텔레포트, 환영, 정신지배를 포함해 매우 많은 고급 기술을 구사하는 최고위 마법사로 포스트 크레딧에서도 가볍게 차원의 문을 여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도 다음편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그녀가 함께 주연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마블 세계관을 다 동원해서 설명하려면 끝이 없으므로 이렇게 중요한 몇 가지만 정리하는걸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사실 작품이 너무 많아서 자세한건 나도 잘 모른다) 영화는 (실질적인) 소서러 슈프림인 닥터 스트레인지와 다크홀드의 힘을 장착한 완다(스칼렛 위치)의 대결구도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다른 세계에서 인휴먼의 왕 블랙 볼트, 엑스맨의 챨스 자비에 등이 속한 일루미나티가 등장하지만 단역 수준이어서 그에 대한 설명은 생략했다. 전체적으로 막강한 CG와 액션 연출로 마블 세계관 내 마법사들의 싸움을 잘 그려낸 재미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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