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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

침팬지도 장례의식을 한다? (2) 죽은 아기 업고 다니는 침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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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니의 남동쪽 숲에서 어미 침팬지가 견과류를 까려고 부드럽게 아기를 내려놓는다. 그러나 이 평범한 장면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 그녀의 아기는 죽었고, 심지어 그게 몇 주 전이었다.

지마토라는 이름의 1살 침팬지는 2003년 보소우 지역에 살고 있는 19마리의 침팬지 집단에서 전염병이 돌았을 때 독감으로 사망했다. 이 바이러스는 또한 2년 반 된 베브 역시 죽였다. 신기한 것은 두 시체 모두 몇 주 동안 각각의 어미들에 의해 운반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이전에도 영장류에서 드물지만 관찰된 적이 있다. 특이한 점은 어미가 새끼의 시체를 얼마나 오래 운반했는지에 있다. 대부분은 시체가 수컷에 의해 빼앗기거나 습한 환경에서 금방 썪는다. 그러나 죽은 지마토와 베베는 유기되기 전에 각각 68일과 19일 동안 어미에 의해 운반되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때가 건기여서 시체가 미라화되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구를 살펴보자. 영국 스털링 대학의 심리학자 제임스 앤더슨은 암컷 침팬지 팬시의 죽음에 대해 썼다. 팬시가 죽은 후 그녀의 딸은 밤새도록 그녀의 곁에 있었다. 그 후 침팬지 집단의 일원들은 시체를 치우고 그녀가 죽은 곳을 피했다. 앤더슨은 이것이 침팬지가 죽음에 대처하는 일종의 의식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어미 침팬지가 자신이 느끼는 상실감에 심리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영아 사망 후에도 지속적인 접촉을 하는 기간이 중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침팬지들이 죽음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죽음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라고 앤더슨은 말한다. 침팬지 엄마들은 시체를 손질하고, 파리를 날려보내고, 시체를 실수로 떨어뜨리면 놀라 비명을 지르며 "살아있는 것처럼 매우 온화하고 조심스럽게" 땅에 눕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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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기간이 지나자 어미들은 죽은 새끼들을 결국 놓아 주었는데, 연구진은 이것이 그들의 호르몬 주기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침팬지는 모유 수유를 하는 동안 임신을 막는 호르몬을 생산하고, 모유 수유가 끝나면 14일에서 77일 이내에 다시 임신 가능한 상태가 된다. "침팬지들이 번식하기 위해 몸을 준비하면서 경험하는 호르몬 변화에 의해 시체를 드디어 놓아주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확실히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관찰을 통해 그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시체를 장기간 업고 다니면 어미들이 나무에 올라가 먹이를 구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왜 침팬지 어미들이 죽은 새끼를 데리고 다니느냐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에모리 대학의 영장류학자인 프란스 드 발은 이것이 아픈 아기들을 돌보기 위한 연장선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아기가 회복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경험을 통해 아픈 아기를 안고 다니다보면 언젠가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죽음을 아픈 것으로 인식해 최선을 다해 돌본다는 이야기다. 반면 이번 연구의 연구진은 시체 운반은 이 지역 침팬지들의 전통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베베의 엄마가 베베가 죽기 전에 두 번이나 같은 행동을 한 지마토의 엄마로부터 죽은 아기를 옮기는 법을 배웠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생각하고 있다.

인간의 장례의식의 기원도 이런 행동패턴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죽음을 애도하고 슬퍼하는 것이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구체화된 것은 당연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이 무덤에 꽃을 놓아준 일이나 우리의 직계조상 호모 사피엔스가 무덤에서 장례의식을 시작하게 된 것은, 어쩌면 그런 유물과 흔적이 발견되었던 그 시기보다 훨씬 전부터 있어 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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