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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

부산 가덕도 백인유골의 진실을 찾아 (3) - 유럽인의 조상은 아시아에서 기원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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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 - 부산 가덕도 백인 유골의 진실을 찾아 (1) - 타림분지 미이라와 전설의 파미르고원 백인종

[인류학] - 부산 가덕도 백인 유골의 진실을 찾아 (2) - 인도유럽어족의 기원은 스텝 초원지대이다


현재 인류학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 분야 중 하나는 당연히 DNA 분석일 것이다. 오늘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 인류 뿐만 아니라 발굴된 고인골에서 추출한 DNA 분석을 통해 유럽인의 조상이 아시아에서 기원했을 수 있다는 이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DNA 계통추적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부계로 전승되는 Y-염색체 DNA 하플로그룹(Human Y-chromosome DNA haplogroups), 또 하나는 모계로 전승되는 미토콘드리아 DNA 하플로그룹(Human mitochondrial DNA haplogroups)이다. Y 염색체는 남성 염색체이므로 아버지에서 아들로만 계승되고,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계를 통해 전승되므로 엄마에서 아들, 딸로 계승된다. 이러한 염색체 계통추적을 통해 현생 인류가 지금 갖고 있는 DNA 뿐만 아니라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 멸종된 영장류가 갖고 있던 DNA와의 비교 분석이 가능해졌다.



또 위 그림과 같이 하플로그룹의 발생 시점을 특정하여 인류의 기원과 이동 경로를 추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지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샘플과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현생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현생인류가 어떻게 전 세계로 퍼졌고 어떻게 다른 피부색을 갖게 되었는지는 많은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다. 

이러한 DNA 계통추적 연구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자세히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오늘은 이 중 서유럽인의 조상이 아시아에서 기원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어 여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선 미토콘드리아 DNA(mtDNA) 계통을 추적해 보면 서유럽인들은 다음과 같은 하플로그룹을 갖고 있다.

H, T, U, V, X, K, I, J, W

재미있는 것은, 이들 하플로그룹이 모두 N이라는 공통 조상이 되는 하플로그룹에서 기원했다는 점이다. 이 N 하플로그룹은 약 71,000년 전 최종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N 하플로그룹을 갖고 있던 이들이 어디에서 유럽으로 왔는지가 많은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현생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을 정설로 놓고, 이 하플로그룹 N도 아프리카, 특히 동아프리카에서 기원했을 것이라는 이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후속 연구들이 이어지며 하플로그룹 N이 아시아 지역에서 기원했을 것이라는 주장들이 힘을 얻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하플로그룹 N은 전 세계적으로 발견되나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현재 아프리카인이 갖고 있는 하플로그룹 N은 유라시아에서 아프리카로 이동한 결과라는 것이 몇몇 연구들에서 주장되었다.

2. 하플로그룹 N을 가진 가장 오래된 분기군(clade)이 아시아와 호주에서 발견된다. 

3. 아프리카에서 발견되는 하플로그룹 N의 하위 분기군은 N1이 유일하다. 그러나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발견되는 N1a는 시베리아 남부와 알타이 지역에서 발굴된 2,500년 전의 스키타이-시베리아 무덤의 유골에서도 발견되며,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발견된 N1a가 시베리아, 알타이에서 발견된 N1a보다 연대가 느리다. 따라서 시베리아, 알타이 지역에서 아프리카로 이동하여 N1a가 전파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4. 유라시아대륙 동부, 즉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는 물론 아메리카 대륙 인디언들에게서 발견되는 하플로그룹 M에 관한 여러 연구 결과,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했으나 현재 수많은 인종의 기원은 하플로그룹 N, M, R에서 분화되어 갈라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하플로그룹 N, M, R은 인도를 중심으로 하는 남아시아 지역에서 분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보아도 N은 아시아에서 기원하여 서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참고로, 하플로그룹 M은 다음과 같다.

유라시아 동부 : A, B, C, D, E, F, G, Y, Z (이 중 C, D, E, G, Z는 하플로그룹 M에서 파생되었다.)

아메리카 원주민 : A, B, C, D, X



위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 현생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하여 중동을 거쳐 아시아로 유입되고, 여기서 분화하여 전 세계로 퍼져나갔으며, 유럽인은 이 중 하플로그룹 N을 갖는 사람들이 오랜 세월을 거쳐 지속적으로 유럽 지역으로 유입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에는 위 주장을 제기한 논문들과 하플로그룹 M에 대해서 보다 심도 있게 알아보기로 하겠다.


[Reference]

1. mtDNA haplogroups from DTC microarray beadchips, https://caelestic.com/mtdna-haplogroups-microarray

2. Gonder, M. K.; Mortensen, H. M.; Reed, F. A.; De Sousa, A.; Tishkoff, S. A. (2006). "Whole-mtDNA Genome Sequence Analysis of Ancient African Lineages". Molecular Biology and Evolution

3. Derenko, M; Malyarchuk, B; Grzybowski, T; Denisova, G; Dambueva, I; Perkova, M; Dorzhu, C; Luzina, F; Lee, H; Vanecek, Tomas; Villems, Richard; Zakharov, Ilia (2007). "Phylogeographic Analysis of Mitochondrial DNA in Northern Asian Populations". The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

4. Maji, Suvendu; Krithika, S.; Vasulu, T. S. (2008). "Distribution of Mitochondrial DNA Macrohaplogroup N in India with Special Reference to Haplogroup R and its Sub-Haplogroup 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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