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류학

코로나, 이걸로 끝이 아니다 - 개나 고양이를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의 출현에 인류는 대항할 수 있을까

반응형


지금의 코로나 사태를 보며 나 역시 세상이 코로나로 인해 많이 변할 것이라 느끼면서도, 내심 20여년 전 읽었던 과학 저널의 기사가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인수공통 전염병과 과도한 항생제 남용이 인류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코로나가 항생제 내성을 지닌 바이러스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쩌면 이 코로나가 21세기 인류의 생명과 경제활동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창궐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항생제는 박테리아에 비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가 약한데, 그것은 바이러스가 워낙 구조와 자기복제 메커니즘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항생제는 애초에 박테리아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졌고, 상대적으로 바이러스는 지구 최초의 생명체답게 엄청난 적응력과 생존력을 갖고 있다. 이런 한계가 명확하고 과학자들이 수십 년간 경고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항생제와 치료제를 남용해 왔고, 엄청난 적응력을 자랑하는 미생물들은 이들 약물에 서서히 적응해 왔다. 그래서 항생제의 효과는 약해지고, 매년 감기 바이러스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고 있으며, 감기에 걸린 사람들은 몇 년 전 감기와만 비교해도 훨씬 더 심한 고통과 치료기간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필자가 20여년 전 읽었던 저널들은 대충 이런 내용들이었는데, 대부분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항생제의 효과가 약해지고 항생제에 적응한 바이러스, 박테리아가 나오면 질병 치료율이 현저히 떨어져 사망률이 급증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매년 진화하고 적응하는 바이러스를 확실히 정복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없다고 말해지고 있다. 그나마 항생제로 버티던 인류에게 항생제가 듣지 않는 바이러스가 나타나게 되면, 인류는 그에 대항할 유일한 수단을 잃게 된다.




애초에 42억년 된 바이러스와 고작 30만년 된 호모 사피엔스는 그 생명력과 환경에의 적응력에서 아예 싸움이 되지 않는다. 포유류의 발생이 3억년 전에 이루어졌고, 포유류가 대개 80~90% 정도의 DNA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인간의 몸이 지닌 면역체계가 3억년의 역사는 갖고 있다고 우겨 봐도 바이러스의 역사에 비해선 미약하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보면 포유류는 음식을 통해 열을 내서 체온을 유지하는 동물이므로 사람이건 개이건 쥐이건 똑같아 보일 것이다. 실제로 쥐와 사람도 약 80%의 DNA가 동일하다. 포유류가 눈 2개 코 1개 입 1개 생식법과 자궁에서 아이를 키워 낳는 번식 방법이 똑같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종이 아무리 다양해 보여도 결국 공통의 조상에서 갈라져 환경에 적응한 것이 현재의 포유류이고, 그것은 파충류 등 다른 류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내가 볼 때 최악의 시나리오는, 4만년 전부터 인류와 함께 생활해온 개 또는 고양이를 숙주로 하는 인수공통전염병의 발생이다. 개와 고양이는 최근 수십 년동안 인간이 개발한 항생제와 치료제를 맞아 왔고, 그동안 개, 고양이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는 그 항생제에 충분히 적응했을 것이다. 이 바이러스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간에게 달라붙기 시작하면 그 피해는 어느 정도나 될까. 또 개를 친구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과연 자신이 키우던 개를 살처분장으로 쉽게 떠나 보낼 수 있을까.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은 전 세계적이고, 인류가 쌓아올린 모든 방역망과 의료체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그나마 한국이 선방하며 국위를 선양하고 있지만, 이런 질병이 매년 또는 몇 년마다 한 번씩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물론 인류는 이 또한 극복해 낼 것이지만, 이런 경제적, 사회적 충격이 반복된다면 그 피해는 지금보다도 훨씬 클 것이고,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지금같은 부양책을 쓸만한 여력도 없어질 것이다. 어쩌면 인류는 끊임없이 창궐하는 바이러스에 적응한 채로 축소된 삶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