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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

부산 가덕도 백인 유골의 진실을 찾아 (2) - 인도유럽어족의 기원은 스텝 초원지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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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 - 부산 가덕도 백인 유골의 진실을 찾아 - 아시아 지역에서 계속해서 발견되는 백인의 유골들 (1)


2015년 2월, 하버드대의 데이빗 라이크(David Reich)가 이끄는 대규모 국제 연구진이 네이쳐지에 매우 중요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학설과 역사인식을 뒤엎는 것이었는데, 바로 현재 유럽인의 기원을 광범위한 DNA 분석을 통해 추적한 내용이었다. 오늘은 이 내용을 통해 인도-유럽어족이 서진했음을 다시 알아보겠다.


인도-유럽어족의 기원에 대해서 유럽에서는 이미 17세기 중반부터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기 이전까지는 언어학적, 문화인류학적 연구로 이를 추론할 수 밖에 없었는데, 실제로 400개 이상의 언어로 이루어진 인도-유럽어족의 기원에 대해서는 크게 흑해 연안의 아나톨리아(현재 흑해로 둘러싸인 터어키 지역) 발원설, 메소포타미아 발원설, 원래 유럽에서 시작되어 인도쪽으로 동진했다는 유럽 기원설 등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언어학적 기원을 추적해 올라가면 인도-유럽어의 시원이 되는 하나의 공통 언어가 있었다고 인정하였다. 즉 인도-유럽어는 위 도식처럼 하나의 언어에서 분화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부터 DNA 계통추적연구가 활발해지며 일부 학자들이 스텝초원지역 기원설을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2015년, 40여명으로 이루어진 국제 연구진은 8,000~3,000년 전 유럽 지역에서 살았던 69기의 인골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하여 계통추적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모든 분석 결과는 일관되게 인도-유럽어족의 조상이 스텝 초원지대에서 서진했다는 증거를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이 연구 결과는 많은 역사학자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여 DNA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유럽의 신석기 초기에 해당하는 8,000~7,000년 전 독일, 헝가리, 스페인에서 초기 농경민이 등장하였고, 러시아 지역은 24,000년 전부터 나타난 시베리아인과 매우 유사한 DNA를 갖는 수렵인들이 정착하였음을 밝혀 냈다. 따라서 시베리아에서 기원한 이들이 이 시기 서진했음을 알 수 있다.


6,000~5,000년 전 유럽 대부분의 지역에서 갑자기 수렵인들이 다시 등장하였고, 러시아 지역에서는 유럽 동부와 근동 지역(일반적으로 북동 아프리카, 서남 아시아, 발칸 반도를 포함하는 지중해 동쪽 연안지역을 가리킴)을 기원으로 하는 얌나야 기마민족이 출현하였다. 얌나야는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로 "구덩이 문화(pit culture)"라는 뜻을 가지는데, 이는 그들이 구덩이를 파 사람을 매장한 그들의 장례풍습에서 기원하였다.



약 1,000~2,000년의 세월을 두고 농경민이 갑자기 수렵인으로 대체된 이유는 이 논문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8,000~7,000년 전 나타난 농경민들이 수렵인들에 의해 정복되거나 사라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그들이 누구인지를 밝히면 유럽에 1차로 서진한 인류가 누구인지 밝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생각에는 이들이 시베리아에서 기원한 이들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렇게 유럽 서부와 동부에 각각 정착한 사람들은 약 4,500년 전부터 충돌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DNA 분석 결과 75% 이상의 얌나야 DNA를 갖는 이들이 유럽 동부로부터 급격히 유럽 중심부로 이동하였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스텝 초원지대를 조상으로 하는 이들은 유럽 지역의 모든 인골에서 최소 3,000년 전까지 나타나며, 이 유전자 염기서열이 현재의 유럽인과 일치하기 때문에, 스텝 초원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 인도-유럽어족의 조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 말을 풀어 쓰면, 스텝 초원지대에서 얌나야 문화(Yamnaya Culture)를 형성했던 이들이 4,500년~3,000년 사이 대규모로 유럽으로 서진하여 인도-유럽어가 유럽 전역에서 쓰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도-유럽어족의 조상은 스텝 초원지대 인종이었다고 결론지어진 것이다.



인도-유럽어족은 서진하였다는 것이 필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번에 소개한 연구는 스텝 초원지대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인도-유럽어족의 조상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그리고 필자가 볼 때 더욱 중요한 것은 스텝 지역에 정착한 이들이 시베리아에서 24,000년 전 기원한 수렵인과 상당한 친연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즉 시베리아 기원 인종이 서서히 서진하여 스텝 초원지대에 도달하였고, 이들이 다시 서진하여 유럽인의 조상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보다 활발한 고고학, 인류학 연구가 진행된다면 이번 논문처럼 매우 구체적인 결과 도출이 가능할 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인도-유럽어족과 우랄-알타이어족 역시 공통된 하나의 언어를 썼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곳곳에 신화처럼 남아 있는 인류 언어의 분화 과정과도 일치하며, 시베리아 기원인들이 인도-유럽어족의 조상이었다면 당시 그들이 사용했던 인도-유럽어의 조상언어가 우랄-알타이계 언어와도 유사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서구 학자들에 비해 러시아, 중앙아시아 지역의 고고학, 인류학 연구가 활발하지 않으나, 이들이 지속적으로 서구 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통해 우랄-알타이어의 조상을 추적해 나간다면 분명히 그러한 결과에 도달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서구 중심의 역사관에서는 로마 등이 굉장한 대국으로 묘사될 수 밖에 없지만, 세계지도를 펴놓고 스텝 초원지대의 분포만 보아도 그것이 얼마나 좁고 이기적인 역사관인지 잘 알 수 있다. 카자흐스탄 한 나라만 해도 유럽보다 넓다. 유럽 동쪽부터 만주까지 이어진 스텝 지역은 우리나라의 역사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매우 중요한 지역이며, 빙하기 이후 오랜 세월 시베리아 기원인들과 수많은 유목민족의 고향이었다. 이 지역을 무대로 활동한 이들에 대한 연구가 우리에게 보다 많은 진실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끝으로,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들의 이름과 소속기관을 소개한다. 미국, 유럽 각국과 중국, 러시아 연구진도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경제 규모와 민주화 수준에 전혀 걸맞지 않은 한국의 역사, 인류학 수준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에 한국, 만주 지역의 고대인들의 유골 샘플이 추가만 되었어도 우리에게 훨씬 값진 결과를 안겨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Reference]

1. Massive migration from the steppe is a source for Indo-European languages in Europe, David Reich et al.,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14317

2. Mysterious Indo-European homeland may have been in the steppes of Ukraine and Russia,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5/02/mysterious-indo-european-homeland-may-have-been-steppes-ukraine-and-russia

3. A Steppe Forward, Harvard Medical School, https://hms.harvard.edu/news/steppe-forward

4. History rewritten: Europeans were “born” in the Bronze Age, Science Nordic, http://sciencenordic.com/history-rewritten-europeans-were-%E2%80%9Cborn%E2%80%9D-bronze-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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