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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5만년 전 바늘은 데니소바인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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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데니소바인에 관해 소개하면서 시베리아의 데니소바동굴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이 동굴은 지금도 계속 발굴 중인데, 여기서 재미있는 유물이 발굴되었다. 바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5만년 전 바늘이 출토된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바늘을 만든 것이 현생인류가 아닌 데니소바인인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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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소바 동굴은 알타이산맥 남쪽에 있는데, 지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라시아대륙 중앙부에 위치한다. 우리는 근래 계속되어온 DNA 분석을 통해 현생인류가 3~4%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1~3%의 데니소바인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여러 연구 논문들을 보면 현생인류는 데니소바인, 네안데르탈인과 복잡한 과정을 거쳐 교배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특히 멜라네시아인(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와 그 주변 섬 지역)이 약 3%의 데니소바인 유전자를 갖고 있고, 티벳고원의 원주민들이 고산지대에 적응하기 좋은 유전자를 데니소바인으로부터 물려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필자는 데니소바인이 유라시아대륙 북반구에 널리 퍼져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데니소바 동굴이다.


이 데니소바 동굴에서는 이전 같은 퇴적층에서 데니소바인의 여자아이의 손가락뼈와 상아구슬이 출토되었고, 연대측정 결과 5만년 전으로 밝혀진 바 있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크리스 스트링거 교수(Chris Stringer)는 "데니소바동굴의 11 레이어 바닥에서 여자아이의 뼈가, 윗부분에서 상아공예품이 발견되어 데니소바인이 현생인류와 같은 수준의 도구를 만들 수 있는 지능이 있었다고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옥스포드 대학에서 방사성 탄소를 분석한 결과 데니소바인 유골은 5만년보다도 이전, 상아공예품은 약 45,000년 전의 것으로 판명되어 시차가 있으므로, 현생인류가 이 동굴에 들어와 공예품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추정도 가능했었다.


그러나 이번 발굴로 인해 그 상아공예품도 데니소바인이 만들었을 가능성이 커졌다. 7cm가 약간 넘는 이 바늘은 2016년 여름 발견되었는데, 노보시비르스크 고고학 연구소의 미카일 슌코프(Mikhail Shunkov) 교수는 이 발견을 매우 획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기존에 발견된 공예품들보다 1만년을 앞선 5만년 전의 것이며,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뼈를 얇게 갈아 끝에 작은 구멍까지 뚫은 정교한 것이다. 뼈의 종류는 당시 존재했던 새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바늘은 데니소바인 유골과 같은 지층에서 발견되었다.


데니소바인이 최초로 발굴된 이 동굴에서는 필자의 바램대로 계속해서 중요한 발굴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발견된 데니소바인의 유골은 성인의 치아 정도였으나, 계속되는 발굴로 어린 소녀의 손가락뼈와 공예품, 바늘이 발굴된 것이다. 이 동굴은 282,000년 전부터 인간의 주거지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데니소바인의 흔적이 발견되는 것은 약 17만년 전부터이다. 한마디로 현생인류와 데니소바인, 심지어 네안데르탈인까지 번갈아 혹은 공동으로 사용한 주거흔적으로, 인류 역사의 보고인 셈이다.


이 동굴에서 2008년 발굴된 장신구는 매우 정교하여,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정밀한 드릴에 필적하는 도구가 없으면 만들기 어렵다고 한다. 최근 네안데르탈인의 장례의식에 대한 단편적인 증거들이 나오면서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데, 데니소바인도 현생인류에 필적하는 감성과 지능, 그리고 그에 걸맞는 기술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이 4만년 전의 장신구는 심지어 중앙에 무거운 펜던트를 가죽끈으로 매달아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지금 보아도 매우 뛰어난 디자인 감각이다. 

슌코프 박사는 "알타이 지역은 현생 인류의 문화중심지 중 하나였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필자가 듣고 싶었던 말이다. 독일 라이프치히에 위치한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스반테 파보 박사(Svante Paabo)는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현생인류가 동시에 혹은 각자 살았던 유일한 한 장소가 바로 이 동굴이다"라고 말했다.


현생인류에게 남아있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는 현생인류가 독자적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상당한 교배를 거쳐왔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것은 현생인류 뿐만 아니라 영장류의 진화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거쳐왔던 과정일 것이다. 데니소바 동굴의 발견은 인류학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발견 중 하나이다. 현생인류의 탄생과정을 시대순으로 추적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또 필자가 볼 때 빙하기에도 북반구에서 인류가 살아남았고, 상당한 문명을 쌓아올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미 5만년 전에 정교한 바늘을, 4만년 전에 아티스틱한 디자인의 장신구를 만들어 사용할 정도의 수준에 인류가 와 있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빙하기가 끝나고 막대한 강우와 100m가 넘는 해수면의 상승에서 살아남아 어떤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굴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 정도의 도구와 장신구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은, 동굴이 아닌 고산지대나 평원에서 수만년 전부터 집단생활을 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빙하기의 추운 기온을 동굴에서 날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상대적으로 따듯한 지역에서는 일찍부터 집단거주와 농경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주류 역사학자들이야 일본 서기가 쓰여진 7세기 이전 한반도에 고도의 문명이 있었음을 끊임없이 부정하고 있지만, 외국 학자들은 만주와 한반도에서 발굴된 많은 유물을 통해 이미 상당수준의 문명이 1만년 전부터 만주와  한반도에도 있었음을 잘 알고 있다. 청주 소로리에서 1만7천년 전 볍씨가 발견되었으므로, 한반도에서도 이미 이 시기에 농경사회가 시작되었음은 자명하다. 벼 농사는 농업 기술과 도구가 어느 정도 갖춰지지 않으면, 그리고 정착할 만큼 상당수의 인구가 모여 살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고학적 연구와 교류를 통해 우리 민족의 시원을 연구하는 것은 학문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정치적, 이념적 테두리에 학자들이 갇혀 있는 한 요원한 일일 것이다.

[출처]

Mail Online, http://www.dailymail.co.uk/sciencetech/article-3754332/The-oldest-needle-world-50-000-year-old-sewing-instrument-discovered-Siberian-Cave.html

Siberian Times, http://siberiantimes.com/science/casestudy/news/n0711-worlds-oldest-needle-found-in-siberian-cave-that-stitches-together-human-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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