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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

이곳이 바로 저승의 입구? 아무르강 유역에서 발견된 17,000년 전의 종교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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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카바로프스크 말리쉐보 마을(Malyshevo village in Khabarovsk)에서 무려 17,000년 전의 샤머니즘을 상징하는 암각화가 발견되었다.  1873년 지역 매체에 처음 알려진 이후 많은 학자들이 이 유적을 연구했다. 뉴욕 자연사 박물관의 버트홀드 로퍼(Berthold Laufer)가 1897년~1903년 러시아 동부지역을 탐방한 후 이 암각화에 대해 기술하기도 했다.

이 암각화는 아무르 강변에 위치하며 현무암 위에 맘모스, 말, 뱀 등의 동물들과 그들을 사냥하는 장면들과 함께 샤먼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엘크(북유럽, 시베리아, 아시아에 사는 큰 사슴)의 모습에 주목한다. 인류의 가장 오랜 신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는 엘크 여신은, 신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유라시아대륙 북부지역의 대표적인 고신(옛날 신)이다. 그리고 이 지역은 오랫동안 저승(Underworld)의 입구라는 이야기가 전승되고 있다.


오시포프 문화(Osipov culture)로 분류되는 이 시카치 알리안(Sikachi Alyan) 암각화는 아무르 강변을 따라 6km에 걸쳐 발견되는데, 석기도구를 사용하여 새겨졌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이 신청되어 있다. 이 암각화에 새겨진 말은 이 지역에서 마지막 빙하기때 서식했었으므로 인류가 이 지역에서 추위를 이겨가며 오래동안 살아왔던 증거가 된다. 이 지역에서는 BC 3세기 경 철기로 새겨진 암각화도 발견되어 인류의 지속적인 삶의 터전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일본의 토리 류조(鳥居龍藏)는 1919년 시베리아 조사 당시 이 암각화를 발견했는데, 당시 토리 류조는 이 암각화가 일본의 토우(Dogū, 土偶)와 닮았다고 기술했다. 그 이유는 이 암각화와 일본의 토우에 공통적으로 태양을 상징하는 모양이 얼굴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본의 토우는 죠몬시대(BC 14,000~400)에 걸쳐 나타나는 사람 형태의 토기로, 후대로 갈수록 문양이 정교해지지만 기본적인 형태나 문양은 같다. 즉 높이 10~30cm의 여성으로 큰 눈과 잘록한 허리, 큰 엉덩이를 갖고 얼굴, 가슴, 어깨에 문양이 새겨져 있다. 주로 다산, 풍요, 번영을 기원하는 종교적 의미의 여신상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아래 사진은 후기(BC 1,000~400년 경)의 토우로 문양이 다소 복잡하지만, 위의 사진의 경우 실제로 시카치 암각화와 유사한 문양을 갖는다. 흥미있는 대목이다.



말리쉐보 마을(Malyshevo village)은 인구 1,300여명의 작은 마을로, 이 마을 주민들은 이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다. 그동안 강변에 위치한 관계로 홍수때 암석이 쓸려나가기도 하고, 빙하가 부딪혀 파손이 심하다. 게다가 최근엔 그라피티 작가들이 유적을 페인트로 훼손하고 있기까지하다.


1930년 니콜라이 카를라모프(Nikolay Kharlamov) 등의 연구가 있었고, 1960년대에 알렉세이 오클라드니코프(Alexey Okladnikov) 등의 연구로 300여개의 암각화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2권의 책이 발간되기도 했다. 오클라드니코프는 이 연구를 통해서 아무르강 하류에 신석기시대부터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 있었고, 이 암각화가 태평양,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폴리네시아의 고대 예술유물과 닮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는 대표적으로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있지만, 홈페이지를 포함한 어디에도 연대가 정확히  나와 있지 않다. 다만 7천년 전 쯤이라고 추정한다는 이야기만 있다. 어떤 사이트에는 신석기시대부터로, 어떤 곳에는 청동기시대부터 그려졌다고 되어 있다. 더 한심한 것은 이 암각화가 어떤 문화권과 연계되어 있는지 어떠한 자료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아무르강 유적에서 나온 그림들 중 실제로 시베리아, 만주 일대, 한국 반구대, 천전리 등에서도 발견되는 동심원은 상당히 유사해 보인다. 한국 학자들도 이 동심원을 대개 주술이나 태양 숭배 등 제사, 종교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아무르강 유적의 배 모양이 반구대의 배 그림보다 훨씬 정교하다. 시베리아, 만주에서 동해안을 따라 인구의 이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주지하는 바이므로, 만주, 시베리아 지역과의 인류학적 공동 연구가 시급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어찌되었던, 시베리아 동쪽, 그것도 발해의 영토이기도 했던 아무르강 하류에서 마지막 빙하기 시절의 유적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괴베클리 테페 규모만큼의 유적은 아니지만 연대가 훨씬 오래 되었고, 종교와 계급분화의 흔적이 시베리아 동쪽 끝에도 있었다는 증거이자 빙하기 중에도 이 지역에 사람이 살았다는 유적이므로 의미가 있다.

이 지역이 오랫동안 저승(Underworld)의 입구라는 전승이 있는데, 이는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최소한 장례의식이 행해졌다는 의미이다. 사슴은 시베리아와 초원지대를 거쳐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제사와 샤먼의 상징이기도 하며, 아래 그림과 같이 인간 또는 영체 형태의 그림들도 발견되고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보면 저승에 갔던 사자가 접신 등의 형태로 불려지던가, 저승에 내려가기 전 장례를 치뤘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따라서 이 지역을 깊이 있게 연구하면 제사의식, 장례의식에 관련된 유적과 유물들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연대가 매우 오래된 지역이므로 이 지역이 또 하나의 문화중심지였을 가능성이 크다.


시베리아 일부 지역이 약 4만년 ~ 1만5천년까지 얼음은 커녕 섭씨 10~20도의 온도를 유지해 다양한 생물들의 보고였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시베리아에서 많은 인류가 생존하다 기후 변화로 동서로 흩어졌다는 가설이 점점 힘을 얻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이 아무르 지역도 그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지역에 대한 연구가 보다 활발하게 진행되어 주거지, 종교와 관련된 보다 많은 유적이 발굴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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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iberian Times, http://siberiantimes.com/other/others/news/stunning-ice-age-rock-art-vandalised-by-modern-graffiti/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Dog%C5%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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