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류학

인도유럽어족은 과연 동진했는가? 훈족은 과연 흉노인가?

반응형


그동안 많은 유럽 학자들은 인도-유럽어족이 동진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가 잘 아는 역사시대에 펼쳐진 사건들만 보더라도 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했던 것은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유목민족이었지 유럽 서쪽 한 켠에 살고 있던 농경민족이 아니었다. 만주, 시베리아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과 유물들은 이들이 대부분 서진했음을 보여주며, 지금의 중앙아시아 지역의 역사를 살펴보아도 스텝 초원지대를 중심으로 일어난 기마민족국가는 대부분 서쪽으로 진출하였다. 우리가 잘 아는 몽고제국의 징기스칸도 거의 대부분의 전쟁이 서진을 위해 이루어졌는데, 이것은 징기스칸이 특이해서가 아니라 원래 기마민족의 방향성이 그쪽을 향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한국 역사학자들만 외면하는 DNA 추적 연구는 현재 세계 고고학, 역사학, 인류학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로, 최근 주목할만한 연구 결과가 있어 여기에 소개한다. 특히 헝가리 등 일부 학자들만 주장했던 훈족이 흉노가 서쪽으로 이동한 민족이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DNA 연구 결과 밝혀졌다.



헝가리부터 지금의 중국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스텝 초원지대는 스키타이, 훈족, 몽고제국 등 막강한 유목민족 국가의 배경이 되었다. 최근 많은 학자들은 수많은 고고학적 성과에 의해 스텝 초원지대에서 인류 최초로 말이 사육되기 시작했고, 인도유럽어족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전제 하에 여전히 디테일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어 왔지만, 2018년 5월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의 진화 유전학자 에스케 빌러슬레프(Eske Willerslev)가 발표한 연구 결과는 DNA로 특정한 내용을 담고 있어 이들 논쟁을 잠식시킬만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에스케 팀은 네이쳐지에 "유라시아 대륙 스텝 초원지대에서 발굴된 137개 고대 인류 유전자(137 ancient human genomes from across the Eurasian steppes)"라는 제목의 눈문을 발표하였다. 이 유골들은 BC 2,500년~기원후 16세기에 걸쳐 있으며 지금까지 어떤 연구보다도 광범위한 연대의 모집단을 확보한 것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오래된 유골들로부터 더 쉽고 싸게 샘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으며, 앞으로 이 방법들을 동원해 지속적인 연구를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스텝 초원지대 서쪽에 농경민이 나타난 것은 약 5,000년 전이며, 이들은 이후 수 차례에 걸쳐 동쪽에서 이주한 유목민들로 대체되었다. 이것을 해석하자면 유라시아대륙 서쪽의 농경민들은 유목민들에 의해 수천년에 걸쳐 정복당하고 지배당했다는 말이다. 인류 역사는 전쟁과 살육으로 점철되어 있고, 게놈 연구 결과 5,000년 전 정착했던 초원지대 서쪽 원주민들의 DNA가 사라지거나 완전히 희석되었다는 것은 이들이 죽거나 떠났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에스케는 기자회견에서 초원지대에서 말이 사육되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고 말했는데, 그는 이것을 초원지대가 갑자기 고속도로로 변해 막대한 인구의 이동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막강한 군사력과 뛰어난 금속공예로 유명한 스키타이(Scythians)의 기원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학자들은 많은 학설을 내놓았다. 일부 학자들은 이들의 기원이 코카서스(캅카스. 러시아 남서부와 그루지야 · 아제르바이잔 · 아르메니아 지역. 흑해 · 아조프 해 · 카스피 해 사이, 북쪽은 쿠마 강 · 마니치 계곡, 남쪽은 이란 · 터키와 접경함. 영어로 코커서스.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석유 · 망간 · 몰리브덴 · 철, 기타 금속의 산지로 석유화학 · 야금 · 기계 · 식품공업이 발달함. 북캅카스는 러시아 유수의 농업지역으로 곡물 · 과수 재배가 성함. 기후가 온난한 흑해 연안, 산지 온천은 휴양지로 이용됨. 주민은 캅카스족에 속하는 여러 소수민족. 세계인문지리사전, 2009. 3. 25) 북쪽이라고 주장하고, 일부 학자들은 이들이 시베리아 유목민으로 서쪽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학자들은 스키타이족의 유전자가 복잡하고 다양하여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원을 특정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따라서 연구진은 스키타이족을 여러 유목민족의 연합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우리는 유목민족국가가 원래 여러 유목민족의 연합체였음을 익히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스키타이가 유목민족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 있음을 증명해준 것이다.




연구진은 초원 지대의 역사를 크게 몇 가지로 분류하면서, BC 850~300년을 이란어를 사용하는 스키타이, 사카(Saka), 킴메르(Cimmerians)와 그들과 연관된 그룹이 진출한 시기로, 특히 사카족은 시베리아 남부에서 초원지대로 이동하였다고 기술하였다. 그리고 BC 700~500년 사이에 투르크어를 사용하는 동호(Hu, 胡), 흉노(Xiongnu), 훈(Hun)족이 이동한 것으로 규정했다. 특히 흉노에 대해서는 신석기시대부터 몽고제국이 등장할 때까지 존재했던 막강한 동아시아의 기마민족이라고 기술하며, 초기 흉노는 몽고족과 상당한 친연관계를 보인다고 DNA 분석 결과를 제시하였다. 이후 흉노가 초원지대로 서진하며 많은 민족들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동아시아에 남아 있던 흉노와는 다른 DNA를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서 흉노의 분리라는 역사적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며, 서흉노가 스텝 지역까지 이동했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 결과 입증된 것이다. 이들은 흉노가 이렇게 몽고, 선비족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바이칼 호수를 중심으로 한 세력과, 투르크계 문화를 갖고 서쪽에서 계속 서진하며 많은 민족과 섞이며 스텝지대를 거쳐 유럽까지 진출한 세력으로 구분하였다. 이것을 뒷받침하는 팩트로 이번 연구에서 진행한 샘플들의 확보 과정과 그로부터 추출한 DNA 분석 결과 뿐만 아니라 최근 연구 성과들도 소개했는데, 최근 카자흐스탄 등의 학자들은 고고학적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흉노가 우랄 산맥을 거쳐 스텝과 유럽 지역으로 진출했다고 기술하고 있다고 제시하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화인류학적 연구 결과와 역사서를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 최근 고고학적 발굴 성과 등을 종합하여 훈족이 결국 흉노였다는 것이 하나의 확실한 시나리오라고 인정하며, 이번 연구 결과에서도 흉노와 훈족의 유전학적 유사성이 입증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해외 연구진들은 정석대로 역사서 뿐만 아니라 문화인류학적 연구, 고고학적 발굴 결과, DNA 분석 등을 종합하는 연구들을 하고 있다. 1차 사료에만 의존한 연구는 상당한 한계가 있는데, 그것은 현재 남아 있는 사서가 별로 없고, 있어도 승자의 기록이며, 사서에 활용한 자료들 역시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어를 중심으로 한 문화인류학적 연구와 고고학 연구, DNA 분석이 종합되어야 하는 것이다.

해외 연구진들은 따라서 많은 연구자료들을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하고 분석하며 의견을 나누고, 고고학적 성과도 공유하여 샘플을 다량으로 확보, DNA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중국, 러시아, 헝가리, 터키, 카자흐스탄 등 많은 수의 연구진이 참여한 이번 논문에도 유독 한국 연구기관이나 학자의 이름이 빠져 있는 것에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흉노, 사카 등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며 한국 역사와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민족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2018년 5월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논문 역시 초원지대에서 발굴된 500~11,000년 전의 유골 74개를 분석한 것인데, 이 연구에서는 인류가 최초로 말을 사육한 연대와 지역을 특정해 주목된다. 이들은 현재의 카자흐스탄 북부, 즉 스텝 초원지대의 동쪽에서 최초로 말이 사육되기 시작하였으며, 이것이 지금부터 약 5천년 이상 전이었다고 특정하였다. 이들은 보타이 문명(Botai Culture)이라고 불리우며, 말을 사로잡아 사육했다고 한다. 보타이 문명 이후 스텝지대 서쪽에서 얌나야(Yamnaya), 아파나시에보(Afanasievo) 등의 문명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이들 보타이와 얌나야 등과의 유전적 친연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학자들은 보타이 뿐만 아니라 아직 발굴되지 않은 다른 어떤 문명들에서 비슷한 시기에 말을 사육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라고 보고 있다.



올해 초 발표된 다른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구상에 남아 있는 유일한 야생말 혈통이라고 알려져 있는 프셰발스키말(Przewalski horse)이 실제로는 보타이 말의 후손이라고 한다. 이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종의 말들은 보타이가 아닌 다른 계통의 혈통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된다. 따라서 학자들은 스텝 초원지대 여러 군데에서 말이 사육되어 종이 분화되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추론하는 것이다.

또 연구진은 현재 남아시아(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사람들에게 남아 있는 유라시아 인종의 DNA는 청동기시대 이전과 후기 청동기시대(약 3,200~4,300년 전) 두 번에 걸친 대규모 이주의 결과라고 추론하였다. 



한국 연구진이 참여했던 하지 않았던 역사적 진실은 게놈 프로젝트로 완성된 DNA 맵과 DNA 채취, 분석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더욱더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밝혀지고 있다. 이것은 필자처럼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좋은 소식이다. 그리고 식민지 반도 사관을 떠받들고 그걸로 이권을 챙기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사학자들에게는 매우 나쁜 소식일 것이다.


[출처]

Discover Magazine, http://blogs.discovermagazine.com/deadthings/2018/05/09/eurasian-steppes/#.Wzmc8dIzaUk

Nature, 137 ancient human genomes from across the Eurasian steppe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8-0094-2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