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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소득주도성장에 관한 해설서 (2) 세금퍼주기의 진실 - 선진국일수록 국민들에게 세금을 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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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소득주도성장에 관한 해설서 (1) 서론 : 소득주도성장은 국민소득증진정책이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다



한국에 있는 매우 신기한 프레임 중 하나가 세금퍼주기라는 단어이다. 국민이 낸 세금을 국민을 위해 쓰는 것, 국민이 낸 세금을 국민 소득을 늘리는데 쓰는 것이 나라를 말아먹는다는 프레임이다. 그렇다면 세금을 상위 1%와 대기업을 위해 쓰라는 말인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이 단어는 그러나 특히 진보정권이 경기를 활성화하고 국민을 위해 세금을 쓰려고 할 때 나라를 망치는 포퓰리즘이라고 언론에 도배되며 등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아래에 그 이유를 적었다.


GDP 대비 세수 비율 순위



OECD에 의하면 한국의 GDP 대비 세수 비율은 26.3%로, OECD 평균인 34.3%보다 약 8%나 낮고 순위로는 뒤에서 6위 수준이다. 즉 국민의 세금 부담이 그만큼 낮다는 의미이며, 또 GDP 대비 세수 비율이 낮은 만큼 국가(정부)가 총 GDP에 비해 재정을 편성하기 어렵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어찌 보면 경제에 미치는 힘이 정부보다 기업의 힘이 크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총 GDP 대비 세수 비율이 높은 나라들은 아래와 같다. (지금부터 나오는 모든 OECD 통계는 2016년 기준이다.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현재 OECD에서 제공하는 최신 연도가 2016년이다.)


Denmark    45.9
France    45.3
Belgium    44.2
Finland    44.1
Sweden     44.1
Italy     42.9
Austria    42.7
Hungary    39.4
Netherlands    38.8
Greece    38.6
Norway    38.0
Germany    37.6
Luxembourg    37.1
Slovenia    37.0
Iceland    36.4
Estonia    34.7
Portugal    34.4
OECD - Average    34.3
Czech Republic    34.0
Poland    33.6
Spain    33.5
United Kingdom    33.2
Slovak Republic    32.7
New Zealand    32.1
Canada    31.7
Israel    31.2
Latvia    30.2
Switzerland    27.8
Korea    26.3
United States    26.0
Turkey    25.5
Ireland    23.0
Chile    20.4
Mexico    17.2

한 눈에 보아도 복지국가, 선진국으로 불리우는 나라들이 대거 상위권에 포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멕시코, 칠레, 터키, 미국에 이어 뒤에서 6등이다. 한국은 소득 상위권자와 부동산 등 초고부가가치 자산들에 대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나 많은 것이다.



국가의 사회적 지출 순위

OECD에서는 사회적 지출에 대한 통계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소득주도성장에서 매우 중요한 내용이므로 OECD가 이 통계수치에 대해 밝힌 사회적 지출의 정의를 여기에 인용한다.


사회적 지출은 직접 현금으로 주는 혜택, 재화와 서비스 등을 통한 직접적인 현물 제공, 사회적 목적 하의 세제 혜택으로 구성된다. 혜택은 저소득 가구, 노약자, 장애인, 환자, 실직자, 젊은층을 대상으로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해당 프로그램이 가계에 자원을 재분배하거나 (혜택을 받는 대상이)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정부(사회 보장 기금을 비롯한 중앙 정부, 주정부 및 지방 정부)가 관련 재무 흐름을 통제 할 때 사회적 혜택은 공적인 것으로 분류된다. 정부가 제공하지 않는 모든 혜택은 사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어떤 재원의) 가구 간 이동은 사적인 것이며 "사회적"으로 간주되지 않으므로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총 사회적 지출에는 공적 지출과 사적 지출이 포함된다. 이는 또한 직간접 과세 및 사회적 목적에 의한 세제 혜택 등에 의한 조세제도의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 지표는 GDP 대비 % 또는 1인당 USD로 측정된다.


사회적 지출에 대한 이 OECD의 정의는 기본적이고 상식적이지만 한국에서는, 특히 한국 주요 언론들에게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 내용이다. 그러나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 지출은 국가를 지탱하는 근간이 되며 국가가 국민에 대한 기본 의무를 잘 수행하는지에 대한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이 정의에서 중요한 것은 조세제도는 결국 국가의 자원을 국가가 재분배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럼 이제 OECD 통계를 통해 사회적 지출을 어떤 나라들이 많이 하고 있고 어떤 나라들이 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자.


한국은 당당히 사회적 지출 꼴등이다. 격차도 크다. 구체적인 숫자는 아래에 제시한다.


France    31.55
Finland    30.78
Belgium    29.00
Italy    28.87
Denmark  28.68
Austria    27.79
Sweden  27.06
Greece    27.03
Germany 25.29
Norway    25.07
Spain 24.61
Portugal 24.11
Japan 23.06
Slovenia 22.83
Netherlands  22.01
Luxembourg  21.80
United Kingdom    21.49
OECD - Total    21.03
Hungary  20.60
Poland    20.21
Switzerland    19.73
New Zealand    19.67
Czech Republic    19.44
United States    19.32
Australia    19.15
Slovak Republic    18.60
Estonia    17.43
Canada    17.21
Ireland    16.11
Israel    16.10
Iceland    15.21
Latvia    14.46
Turkey    13.51
Chile    11.18
Korea    10.36

한국의 사회적 지출은 라트비아, 터키, 칠레보다도 못한 10.4%이며, 상위권과는 무려 20% 이상 차이가 난다. 한국 보수와 언론들의 논리대로라면 한국은 전혀 세금을 퍼주고 있지 않은 나라이며, 프랑스, 핀란드, 벨기에 등은 세금을 무지하게 퍼주고 있는 사회주의 국가여야 한다. 그리고 그 말에 놀아나는 다수의 국민들 역시 프랑스 등이 사회주의 국가인지 선진국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가구에 대한 사회적 혜택 순위

한국은 사회적 지출이 매우 적은 나라이다. 그러므로 가구에 대한 사회적 혜택 또한 순위가 하위권일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OECD가 발표한 2017년 기준 사회적 혜택 통계는 아래와 같다.



Italy    19.9
France    19.7
Greece    19.3
Finland    19.0
Austria    18.2
Belgium    17.2
Portugal    16.7
Denmark    16.4
European Union    15.8
Luxembourg    15.5
Germany    15.4
Spain    15.3
Poland    15.1
Slovenia    14.9
Norway    14.8
South Africa    13.6
Slovak Republic    13.5
United Kingdom    13.0
Sweden    12.9
Hungary    12.2
Czech Republic    11.8
Estonia    11.7
Lithuania    11.0
Netherlands    10.8
Latvia    10.4
Canada    9.8
Ireland    7.8
Iceland    6.8
Korea    5.5


한국은 이 부분에서도 당당히 꼴등이다. 상위권과의 격차는 무려 3배 이상에 달한다. 1위와는 3.6배 차이이다.



실업자에 대한 현금 지출 순위

한국은 이 분야에 대해서도 뒤에서 4등이다. 일본을 이겼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필자가 볼 때 일본은 현재 거의 완전고용 상태이므로 상대적으로 실업자에 대한 현금 지출이 낮은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일본 외에 칠레, 터키는 이겨도 기쁘지 않은 나라들이다. 상위권과의 격차는 무려 10배 이상에 달한다. 고용사정이 좋지 않은데도 실업자에 대한 현금 지원이 매우 낮은 것이다.



세계 행복 보고서 (World Happiness Report)

UN은 매년 세계 행복보고서를 발간한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세계 57위이다. 아래를 참고하기 바란다.



북유럽 복지국가들이 1위~10위를 싹쓸이했고, 캐나다가 유일하게 비유럽권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그러나 캐나다도 복지국가이므로, 결국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들은 모두 복지국가임을 알 수 있다. 이 순위와 위의 세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사회적 지출 순위 등을 비교해보면 대부분 겹쳐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국민의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사회적 지출은 최하위권이며 따라서 행복지수도 50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의 행복지수 올리기를 국정 과제로 삼는다면, 상위소득자와 재산세 등을 강화하여 사회적 자원을 확보하고 이를 저소득층에 재분배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이 테마와 상당부분 맥을 같이 할 것이다. 단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조세제도를 통한 사회 자원의 재분배를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며, 세금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신속하게 저소득층 가정에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향하는 것이며, 결코 세금 퍼주기가 아니다. 세금 퍼주기라는 말은 매우 후지고 격이 떨어지는 단어이며 선진국들이 오랜 기간 펼쳐온 정책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들은 효과적인 조세 제도를 통해 사회 자원을 꾸준히 저소득층에 재분배해 왔으며, 그 결과 국민의 절대적 다수가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다.


복지국가는 국민에게 니가 알아서 벌어라 경쟁에서 이겨라 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회 자원을 국가가 확보해 공평하게 뿌려준다. 그것이 그들 소득의 대부분의 원천이다. 그것이 GDP 대비 세수비율이 높은 이유이다.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도 세금만으로 국가 경제의 30~40%를 책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걷은 세금을 대부분 사회적 지출의 형태로 국민에게 돌려주어 국민 소득의 상당부분을 보충해 준다. 이들 국가들은 이러한 정책을 오랫동안 실행해 왔다. 그 결과는 복지수준 향상과 국민소득 향상이다. 우리가 배울 것은 바로 이 점이다. 한국인이 세금에 치를 떠는 것은 근본적으로 고위공직자, 정치인, 기업가들에 대한 불신과 사회적 불평등에 기인하지만, 결국 세금의 혜택이 나에게 전혀 돌아오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것은 위 숫자들이 증명해 준다.


한국은 상위 0.1%와 그들을 추종하는 상위 10%가 경제, 정치, 사회, 언론 등 모든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구조이며, 국민들은 급속도로 진화했지만 여전히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팩트체크보다는 카더라에 휘둘리는 경향이 강하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홍보와 계몽이 필요하다. 그러나 글로벌 팩트를 손쉽게 집에 앉아서 확인할 수 있는 이 시대에 그 홍보와 계몽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필자 생각에 한국의 장기 국가전략은 복지국가를 향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 같은 패권국이 될 가능성도 낮고, 그럴 필요도 없다. 국민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국정 과제가 되어야 하고, 어떤 대통령 후보도 어떤 정치인도 이를 부정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성은 분명히 맞으며, 비판받으려면 오히려 그 강도가 너무 약하다고 비판 받는 것이 맞다. 좀 더 저소득층과 국민들을 위해 부자들과 자산가들로부터 세금을 걷으라고, 좀 더 우리를 위해 세금을 쓰라고, 우리의 낮은 소득 수준을 세금을 통해 개선해 달라고 외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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