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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에일리언 : 커버넌트 리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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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 : 커버넌트 리뷰 (2)

이 글을 보는 분들이 영화 보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썼지만, 에일리언 시리즈, 특히 프리퀄 자체가 미스테리가 많고, 이에 대해 해외에서도 워낙 논쟁이 많아 쉽게 정리하기가 어려웠다. 스포일러는 최대한 노출하지 않았다. 사전 지식용 또는 스토리 정리용 정도로 봐주셨으면 한다.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문화] - 에일리언 : 커버넌트 리뷰 (1)



엔지니어는 누구인가? 그들이 인간을 창조했나?

2012년 영화 프로메테우스를 본 많은 관객들은 첫 장면부터 의문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것은 이전까지의 시리즈에서 보지 못했던 외계인이 어떤 행성에서 갑자기 약을 먹고 스스로 분해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당시 많은 사람들이 엔지니어가 인간을 창조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우선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 주인공 쇼 박사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를 창조했어. 그리고 우리를 죽이려고 해. 난 그들이 왜 마음을 바꾸었는지 알고 싶어."

이 대사가 나오기 전에도, 쇼 박사는 약 35,000년 전 동굴 벽화에서 인간을 창조한 것으로 보이는 존재가 좌표를 남겼고 그것이 LV-223 행성이라는 것을 발견, 웨이랜드사에 프로메테우스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심지어 이 영화에서 엔지니어는 이렇게 말했다. "창조를 위해서는, 먼저 파괴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작 감독인 리들리 스콧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설을 부인했다. 그는 이전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후임 감독들 중) 아무도 누가,  왜 에일리언을 만들었는지 보여주지 않았다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So we've reinvented the idea of Alien, I think, which is that Covenant gets us a step closer to who and why was this thing designed to make human beings. And if you think it’s them [the Engineers], you’re dead wrong.

그래서 우리는 에일리언의 의미를 재설정했는데, 에일리언 : 커버넌트에서 누가 그리고 왜 인간을 만들기 위해 설계되었는지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그들이 엔지니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완전히 틀린 생각입니다.


해석하기가 꽤 어려운 문장이었다. 리들리 스콧은 이 인터뷰에서 누가 왜 인간을 만들기 위해 설계되었는지, 즉 인간을 만들기 위해 어떤 존재가 만들어졌다는 뉘앙스로 말하고 있다. 인간을 만든 존재가 인공지능처럼 인위적으로 설계되어진 존재임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에일리언이 타임루프물은 아니므로, 인간이 만든 AI를 탑재하고 에일리언 시리즈 내내, 그리고 이번 커버넌트에서는 특히 더 중요한 역할을 한 유기형 안드로이드인 레플리컨트가 그 존재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 에일리언은 누가 만들었을까? 

프로메테우스와 이번 에일리언 : 커버넌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엔지니어는 근미래(에일리언 : 커버넌트의 배경은 AD 2104년이다)의 인류보다 훨씬 발달된 문명을 갖고 있으며, 특히 유전자 기술이 그렇다. 이들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일종의 생물학 무기인 A0-3959X.91–15를 만들었는데, 이는 숙주(데이빗의 말로는, 식물을 제외한 모든 동물)가 그냥 흡입만 해도 발작과 경련, 내출혈을 일으키고, DNA를 스스로 조작하고 세포변이를 일으켜 공격적이고 강력한 생명체로 탄생하여 숙주를 뚫고 나오는 무시무시한 무기이다. 그러나 그들 자신도 이를 완벽히 제어하지 못해 LV-223 행성(프로메테우스가 도착한 곳)에서 몰살당하고 4명만 살아남게 된다. 쇼 일행이 도착했을 때에는 이 중 1명만 살아남아 있었다.

프로메테우스의 주인공 쇼 박사는 이 병기에 감염된 애인과의 관계로 자궁에서 에일리언이 급속히 자라자 가까스로 스스로 배를 가르고 이를 꺼내 살아남지만, 여기서 나온 생명체가 결국 LV-223 행성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았던 엔지니어 몸에 들어가 에일리언과 비슷한 생명체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이 생체병기가 복수의 숙주를 거쳐 계속 진화할 수 있는 생명체임을 알게 되었고, 무언가 우월해보이는 엔지니어의 DNA를 얻게 됨으로써 매우 강력한 생명체인 에일리언으로 탄생하게 되었다고 짐작했었다. 그리고 데이빗이 쇼 박사의 애인 할러웨이를 감염시키는 장면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아래 글은 스포일러성이지만, 작가 비숍이 리들리 스콧과 프리뷰 행사에 참석했을 때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므로 게재해도 무방할 것 같아 의역해서 소개한다.

"이번 에일리언 : 커버넌트에서 안드로이드인 데이빗이 이 A0-3959X.91–15를 개량하여 다양한 형태의 에일리언 비슷한 생명체를 키워내는데, 커버넌트호 함장을 (에일리언 1편에서부터 나온 알과 비슷하게 생긴) 4개의 알이 있는 방으로 데려가면서 자신이 프로메테우스에서 발견한 에일리언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왔고 유전자 연구를 통해 새로운 종을 탄생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퍼즐 하나가 남았는데, 그것이 '엄마', 즉 숙주이다 라고 말한다"


이 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가장 많은 의견으로 보이는 숙주라고 번역했다.

필자 생각에는, 이 말이 단순히 숙주라는 뜻 뿐만 아니라 최소한 이중적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그것은 지금까지 공개된 2편의 프리퀄에서 에일리언은 아직 스스로 알을 낳지 못하는 존재로, 공기 중에 미세한 입자로 퍼져 있다 동물의 몸에 들어가서 공격적인 생물로 변하는 단계이다. 그러나 지난 에일리언 시리즈에서 우리는 여왕, 즉 스스로 알을 낳고, 알에서 곧바로 에일리언 형태의 새끼가 태어나는 생명체를 본 적이 있다. 지금까지의 전개로 봤을 때 이 여왕이 A0-3959X.91–15를 데이빗이라는 안드로이드가 최종 개량한 형태로 보아야 할 것 같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결론은, 엔지니어는 인간을 창조하지 않았고, 에일리언은 엔지니어가 창조한 생물병기를 데이빗이 최종 개량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엔지니어는 누구인가?

다시 프로메테우스의 첫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이 엔지니어가 스스로 분해되어 DNA를 살포(?)하는 곳은 LV-223 행성이다. 이들이 스스로를 분해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들은 창조주가 아닌 엔지니어라는 의견들이 많다. 즉 생명체를 창조하지는 못하지만 공학적으로 개량할 수 있는 기술자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리들리 스콧은 이 프로메테우스의 첫장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우주의 정원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자신을 희생하여 생명을 심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이런 희생을 많이 보아 왔다. 마야와 잉카 문명에도 이런 장면들이 나온다. 그는 한때 왕자로 살았으나, 마지막 순간에 신들에게 자신의 생명을 바쳐 생명의 탄생을 돕고 있는 것이다."

감독의 말을 보면 엔지니어가 창조주는 아니지만 생명의 탄생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그들이 그러한 세계관 또는 종교를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 DNA를 심어 그로부터 생명체가 생겨나게 하고, 그 후 같은 종족이 지속적으로 방문하여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생명체를 빠른 속도로 진화시키는 존재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진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전개되면 생명체를 모두 파괴하고 다시 시작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강력한 무기가 바로 동물만 선택적으로 골라 살상하는 A0-3959X.91–15인 것으로 필자는 추측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누가 창조했나?

아직 모른다. 

엔지니어도 아니고, 데이빗도 아닌 것은 확실하다. 엔지니어가 창조주가 아닌 것은 위에서 확인되었고, 에일리언이 타임루프물이 아니기 때문에 데이빗이 과거로 돌아가 다시 인간을 창조한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아니, 애초에 데이빗은 인간이 만든 창조물이다. 다만 자신이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이며 완전한 생명체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사명인 것처럼 생각하는 안드로이드이다.

해외 네티즌들은 인간, 엔지니어 등 휴머노이드를 창조한 제3의 강력한 존재를 말하고 있지만, 필자는 거기까지 가기는 싫다. 

어쩌면 위의 리들리 스콧의 말들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항상 모든 것을 말하지 않는 그의 말은 복선을 깔고 있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쇼는 엔지니어가 35,000년 전 남긴 정보를 해석해 LV-223으로 향한다. 즉 엔지니어는 수만년 전 지구를 방문했었고, 당시 한 명이 자신을 희생해 지구에 발달된 DNA를 제공했을 수 있다. 아니면 엔지니어가 영장류의 진화를 촉진시켰을 수도 있다. 그들은 공기 중에 떠돌다 숙주를 만나면 DNA를 재코딩해 생명체로 탄생하게 하는 생물학 병기를 만들 정도로 DNA 조작에 능하므로, 진화의 촉진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에일리언은 엔지니어가 생물병기용으로 개발한 것을 데이빗이 완성시켰다가 된다. 

그러나 그렇다면 엔지니어는 누가? 라는 의문이 여전히 남는다. 여기에 대해서는 리들리 스콧이 말한 것처럼, 앞으로 나올 두 편의 프리퀄이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 그가 계속 건강하기를 바란다.

이번 에일리언 : 커버넌트는 리들리 스콧 특유의, 미장센 자체로 긴장감을 조성하고 암울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가 35~40년 전부터 다뤘던 인공지능형 안드로이드의 존재감을 두려울 정도로 피력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미스테리가 남아 있다. 앞으로의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문화] - 에일리언 연표



* 출처 : Inverse, https://www.inverse.com/article/28704-alien-covenant-prometheus-xenomorphs-engineers-ridley-scott-canon-continuity

Forbes, https://www.forbes.com/sites/danidiplacido/2017/03/15/reveal-from-alien-convenant-footage-changes-the-entire-franchise/#31a226c74aee

Screenrand, http://screenrant.com/alien-covenant-engineers-create-xenomorphs/

Scified, http://www.alien-covenant.com/news/engineers-did-not-create-humanity-or-xenomorph

     http://www.alien-covenant.com/topic/43662

Collider, http://collider.com/alien-covenant-engineers-prometheus-connection/#ridley-scott

The Verge, https://www.theverge.com/2017/3/11/14894898/alien-covenant-preview-ridley-scott-sxsw-2017

Alien Anthology Wiki, http://alienanthology.wikia.com/wiki/The_Last_Engineer

     http://alienanthology.wikia.com/wiki/Engineer

     http://alienanthology.wikia.com/wiki/Alien_Universe_Timeline

Comic Book, http://comicbook.com/popculturenow/2017/03/14/alien-covenant-reveals-xenomorph-creation/

Cinema Blend, http://www.cinemablend.com/new/Prometheus-Explained-Unraveling-Unanswered-Questions-31317.html

Cavalorn, http://cavalorn.livejournal.com/5841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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