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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디바이드 앤드 룰에 관한 해설서 - (3) 영국 극우의 부상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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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디바이드 앤드 룰(Divide and Rule)에 관한 해설서 - (1) 디바이드 앤드 룰의 역사

[시사] - 디바이드 앤드 룰에 관한 해설서 - (2) 디바이드 앤드 룰의 핵심 원리와 작동법


지난 글에서 디바이드 앤드 룰(디바이드 앤 룰)이 오랜 역사를 통해 비용 대비 효과가 명확하게 인증된 전략임을 살펴보고, 그 핵심 원리와 작동법을 레닌과 J. P. 모건의 입을 통해 알아보았다. 

필자가 각국의 사례를 보여주는 이유는 디바이드 앤드 룰이 국가 내에서 작동할 경우 그 패턴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영국, 미국에서 최근 보수가 승리하는 것을 보며 한국의 보수들은 이들을 부러워하며 이들의 정략을 상당히 벤치마킹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필자가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유사성이 짙게 느껴진다.



따라서 각국의 사례를 통해 디바이드 앤드 룰의 일반화가 가능할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서두에서 여러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디바이드 앤드 룰의 패턴을 영국 극우가 실행해온 사례를 소개하겠다. 영국 사례를 먼저 소개하는 이유는 한국과 공통적인 면이 매우 많기 때문인데, 우선 극우의 핵심 지지기반이 일부 노년층이고, 그들이 과거 영국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으며, 국토나 인구수도 한국과 비슷해 미국처럼 폭넓고 다양한 작업이 필요하지 않고, 작업 패턴 또한 아주 비슷하기 때문이다.




1. 디바이드 앤드 룰 실행의 전제 조건

디바이드 앤드 룰은 분열, 이간책이므로, 무엇보다 목소리의 크기가 중요하다. 즉 현대 사회에서 매체에 관한 장악력과 네트워크가 그것이며, 특이하게 포털 메인에서 뉴스를 보여주고 댓글을 달 수 있게 하는 한국에서는 댓글부대 역시 중요할 것이다. 필자가 알기로 일본과 한국 외에 이런 나라는 없는데, 주요 포탈에서 뉴스를 모아서 보여주고 여기에 댓글을 달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찌되었건 홍보 측면에서 보면 디바이드 앤드 룰을 실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포섭해야 할 요소는 아래와 같다.

(1) 주요 언론사, 매체

(2) 유명인 (Celebrity)

(3) SNS 광고 및 인플루언서 (Influencer - SNS에서 활동하며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 한국의 경우 인위적 댓글부대 포함)



영국의 경우, 텔레그라프, 선데이 타임즈, 데일리 메일, 데일리 익스프레스, 더 썬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매체들이 대부분 우익 성향이며, 여전히 사회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매체비(광고비, 홍보비)가 비싸지만 충성스러운 열독자들이 다수 존재하며, 나이 든 사람일수록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위 사진처럼 유력 매체들이 난민 문제를 헤드라인으로 때려 대면 여론은 급격히 움직일 수 있다. 성희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상대적으로 SNS를 비롯한 온라인에서의 활동은 영국에서도 진보가 우세했으나, 2017년 선거에서 SNS의 위력과 그 비용 대비 효과를 뼈저리게 맛본 영국 우익들이 막강한 자본력과 네트워크로 이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는 모양새다.


위 사진의 출처는 가디언지로, 2017년 선거에서 SNS가 미친 영향력에 대해 쓴 기사이다. 이 사진에 나온 사람이 영국 진보당인 노동당(The Labour Party) 당수인 제레미 코빈(Jeremy Corbyn)으로, 앞으로 심심치 않게 등장할 것이다.

한국 역시 막강한 보수 매체들과 유명인, 댓글부대가 매우 잘 준비되어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또 한국 매체들은 기사를 게재하는데 드는 비용이 매우 싸고 기자가 보도자료를 거의 그대로 인용하여 기사화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상대적으로 매체를 통한 작업이 쉽게 작동된다. 유명인들은 어느 나라건 매수가 가능하며, (3)의 경우 영국이 주로 페이스북 광고를 활용하는 반면 한국은 댓글 관련 활동이 훨씬 많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준비가 없다면 디바이드 앤드 룰은 잘 작동되지 않을 것이지만, 이들을 장악하고 있다면 디바이드 앤드 룰은 아주 빠르게 확산되고 여론을 형성한 것처럼 보여지게 얼마든지 포장될 수 있다.



2. 디바이드 앤드 룰의 첫 번째 타깃 -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그리고 젠더

디바이드 앤드 룰을 한 국가 내에서 작용할 경우, 작동시키는 쪽이 편안하게 저렴한 비용으로 상대방 진영, 또는 사회 전반을 분열시키고 이간질시켜 기존의 유력한 상대진영을 무력화시키는데 주로 사용된다. 이것이 잘 작동되는 이유는 첫째로 인간이 감정의 동물이고, 전통적으로 가치 있는 도덕적 기준에 맞지 않는 것들을 증오하며 배척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바이드 앤드 룰에 특히 잘 움직이는 집단은 사회적으로 차별 받아온 여성이나 성소수자, 외국인 노동자, 소수인종 등인데, 그 이유는 이들은 지금까지의 억압과 차별을 통해 분노를 쌓아 왔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사실 전통적으로 이들의 사회 운동 패턴은 지극히 자극적이며 극단적인 경우가 많았다. 자신들이 차별 받고 억압되어 왔지만 자신들의 목소리가 작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어려운 자금 사정을 감안하여 한 번 캠페인을 해도 사회적으로 이슈화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다. 그리고 극렬하게 이를 부르짖으며 단결과 동정을 호소한다. 극우가 보기에 이들이야말로 가장 적은 비용으로 움직이기 쉬운 집단이다.



일반적으로 진보 성향의 정치인들은 해외도 마찬가지로 양심과 인격 존중의 성향을 갖고 있어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해주며 이를 해결해주려 하므로, 이들의 증오심에 불을 지펴 상대방을 공격하게 하거나 사회를 분열시키는 행동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수, 특히 극우 성향의 정당이나 정치집단은 이들의 분노를 자신들의 상대 진영에게 쏟아 붓도록 조장하여 상대방의 지지기반을 와해시키는데 능하다.

이러한 소수자들의 목소리 중 정적을 공격하기 쉽고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좋은 것은 당연히 섹스 스캔들이다. 최근 미투 운동이야말로 각국 보수가 가장 활용하고 싶어하는 아이템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영국도,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전통적인 섹스 스캔들에서 미투로 변화한 이 성 관련한 문제는, 특히 한국처럼 성적인 관념이 보수적인 나라에서 유력 정치인을 공격하기에 가장 좋은 소재이며, 그 대상이 유명인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3. 디바이드 앤드 룰의 두 번째 타깃 - 정적(政敵)

첫 번째 타깃을 통해 사회 분열을 획책하는 동시에, 극우는 상대방 진영의 유력 정치인을 이들 문제와 곧바로 결부시킨다. 사실 작업을 하는 쪽은 이것을 노리고 2를 움직이는 것이므로, 결부시킨다기보다는 원래 그럴 목적으로 2를 통한 갈등을 부각시켰다고 봐야 한다.

현재 영국에서는 극우가 미투와 이민자 문제 등을 이슈화시킨 뒤 최근 위 사진에서 보았던 진보의 기수이자 상징인 제레미 당수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아래에 그 실례를 소개한다.


'SHOCKING' allegations of SEXUAL ABUSE in Jeremy Corbyn's Labour party revealed in dossier, https://www.express.co.uk/news/politics/925022/shocking-sexual-abuse-jeremy-corbyn-labour-party


위 사진은 영국의 유력 매체들이 집중적으로 기사화하고 있는 제레미 당수에 대한 미투 운동에 관한 기사에서 발췌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위 링크를 참조하기 바란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사진은 제레미 당수가 마치 미투 운동의 대상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10여 명의 여성들이 노동당 내에서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스스로 대변인을 내세워 노동당 내에서 위아래를 막론하고 성희롱이 만연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매체들은 이들의 주장을 주로 실으며 미투에 빗댄 레이버투(LabourToo)라는 용어를 부각시키고 있다.


단, 한국과 다른 점은 영국 언론들은 노동당의 대응이나 대책에 대해서도 같은 기사에서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당은 이들이 익명으로 언론에 제보만 하지 말고 자신들이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공식적으로 이의신청을 해달라고 대변인을 통해 대응하였다. 여기까지 읽고 기사를 다시 보니 이들은 익명으로 주장만 한 것일 뿐 어떠한 증거도 나와 있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위의 헤드라인과 사진만 보면 노동당 당수가 성희롱을 하여 미투 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형적인 언론의 함정이다. 단, 그래도 팩트는 팩트대로 전달하고 있으며 찌라시처럼 여론을 호도하지 않는 것은 언론의 수준 차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Hamas 'salutes' Jeremy Corbyn as fresh links with Islamist group emerge, https://www.telegraph.co.uk/politics/2018/08/20/hamas-salutes-jeremy-corbyn-fresh-links-islamist-group-emerge/


이 사진은 역시 노동당 당수인 제레미가 이슬람 이민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는 내용으로, 역시 난민, 인종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장치이다. 진보가 사회적 약자층을 감싸는 성향이 있는 것을 역으로 활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지만, 정작 기사의 내용은 매우 부실하다. 자세한 내용은 위 링크의 기사 원문을 참고하기 바란다.




2017년 치뤄진 하원 선거에서 테레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Conservative Party)는 지난 선거보다 13석이 깎인 317석을 확보, 과반수인 326석을 확보하는데 실패하였다. 그것은 제레미 코빈이 이끄는 노동당(Labour Party)가 지난 선거보다 30석을 더 얻으며 선전, 262석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유권자 중 13,636,684표를 보수당이, 12,878,460표를 노동당이 얻어 42.4% : 40.0%으로 박빙인 상황이며, 따라서 보수가 정국을 주도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그 외 7개의 군소 정당이 나머지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언론의 60%가 보수를, 30%가 중립을, 10%만이 진보를 응원한 선거에서 나온 결과라 보수의 충격이 컸다는 후문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제레미 코빈을 마르크스 신봉자, 극단주의자, 친이슬람, 테러리스트 옹호자라고 떠들어 댔지만 결과는 보수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이들 보수가 디바이드 앤드 룰을 계속해서 시전해 나갈 것은 분명하다.

아마도 영국 보수는 영국 극우의 상징이자 2014년 혜성처럼 등장했다 2016년부터 몰락한 영국 독립당(UK Independence Party, UKIP)의 디바이드 앤드 룰을 철저히 분석, 활용할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영국 독립당이 펼쳤던 디바이드 앤드 룰 전술과 그 영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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